2025년 1분기 실적을 확인하며, 저는 다시 한번 에코프로비엠이라는 기업에 주목하게 됐습니다. 이 회사는 흔히 양극재 관련 주식으로 많이 언급되지만, 이번 분기 실적을 들여다보니 단순한 실적 수치 그 이상의 의미가 담겨 있었습니다. 실적 반등의 근거와 앞으로의 가능성을 중심으로 공부한 내용을 정리해 봅니다.
실적
가장 눈에 띄는 건 매출의 회복입니다. 2025년 1분기 연결 기준 매출액은 약 6,298억 원으로 전 분기 대비 35.5% 증가했습니다. 지난해 같은 분기와 비교하면 35.1% 감소한 수치지만, 중요한 건 회복 흐름이 시작됐다는 점입니다. 영업이익도 흑자 전환에 성공하며 23억 원을 기록했고, EBITDA는 300억 원, 마진율은 4.8%를 보였습니다.
다만 세전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141억 원, -100억 원으로 여전히 적자입니다. 여기서 ‘회복’이라는 표현을 쓰기엔 조심스러운 면이 있지만, 분명 직전 분기와 비교하면 긍정적인 방향이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습니다.
배경
이번 실적 반등은 단순히 운이 좋았던 게 아닙니다. 저는 크게 네 가지 요인이 있었다고 봅니다.
첫째, 재고평가충당금 환입입니다. 과거 원재료 가격 하락으로 설정해뒀던 충당금 중 307억 원이 환입되며 수익성에 긍정적 영향을 줬습니다.
둘째, EV용 양극재 매출 회복입니다. 주요 고객사들이 재고를 거의 소진한 상태에서 다시 주문을 늘리기 시작했고, 이에 따라 전기차용 양극재 매출은 전 분기보다 76%나 급증해 5,030억 원을 기록했습니다. SK 온과 삼성 SDI의 재고 축적 수요가 영향을 줬고, 폭스바겐의 ID 시리즈 신차 출하도 기대 요인입니다.
셋째, PT용 양극재(전동공구용) 매출 증가도 눈여겨볼 부분입니다. 전 분기 대비 13% 늘어난 794억 원으로, 소형 전지 시장에서도 꾸준한 수요가 이어졌음을 보여줍니다.
넷째, 광물 가격 안정화입니다. 수산화리튬과 니켈 가격이 안정되면서 원가 부담이 줄었고, 이는 가격 경쟁력 방어에 기여했습니다.
리스크
• ESS용 양극재 부진 – 계절적 비수기의 영향으로 이 부문 매출은 61%나 감소했습니다.
• 고객사 의존도 문제 – 2024년 기준으로 SK 온과 삼성SDI 두 회사가 전체 매출의 97.2%를 차지했습니다. 한 곳이라도 흔들리면 실적에 큰 타격을 줄 수 있습니다.
• 수출 단가 하락 및 품목별 출하량 편차 – 4월 기준 양극재 수출가는 전월 대비 4.4% 하락했고, 소재별로도 NCM은 증가한 반면 NCA는 40% 가까이 줄었습니다.
재무
재무 상태도 주의 깊게 들여다봤습니다.
현금성 자산은 765억 원 증가했고, 매출채권도 2,238억 원 늘며 유동비율이 114%로 개선됐습니다.
재고자산은 전 분기 대비 9.6% 줄며 효율적인 재고 관리가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 긍정적입니다.
반면, 차입금은 헝가리 공장 건설 자금 등으로 증가했습니다. 순차입금 비율은 87%로 다소 높아졌고, 이는 향후 이자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성장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미래 성장 전략이었습니다. 에코프로비엠은 단순히 기존 양극재 시장에 안주하지 않고, 다음과 같은 신소재 개발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었습니다.
• 고전압 미드니켈 및 코발트프리 제품 (NMX)
• 하이망간 양극재 (OLO)
• LFP 양극재, SIB 양극재
• 전고체 전해질 (황화물계)
• 리튬메탈 음극재 등
이 중 일부는 이미 샘플 공급을 시작했으며, 현대차·기아 등과 협력 중이라는 점에서 단기 실적과는 별개로 중장기 성장 동력에 큰 의미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헝가리 공장을 포함한 유럽 진출, 인도네시아 생산 법인, 북미 투자 등도 본격화되고 있어 글로벌 수요 대응 능력이 강화되고 있습니다.
분석하며 느낀 점
이 회사는 여전히 갈 길이 멉니다. 단기적으로 보면 수익성 회복에 있어 변수도 많고, 재무적으로도 안심할 단계는 아닙니다.
그럼에도 투자자로서 중요한 건 변화의 방향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시다시피 에코프로비엠은 확실히 반등의 신호를 보여줬고, 소재 기술력과 글로벌 확장 전략은 여전히 업계에서 강점을 가진 요소이니까요.
즉, 단기 수익보다는 중장기 성장에 무게를 두는 투자자라면, 2025년 하반기부터의 흐름을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신규 수주 확정이나 코스피 이전 상장 같은 이벤트가 현실화되면, 투자 심리 개선과 함께 실적 가시성도 높아질 수 있다고 봅니다.